R-23 냉매는 순도가 제각각입니다. 어떤 제품은 99.5%, 어떤 제품은 99.9%, 또 어떤 제품은 99.999%라고 적혀 있습니다. 숫자가 높으면 더 깨끗한 냉매 같고, 낮으면 쓰기 찜찜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알아야 할 것은 소수점이 몇 자리인지보다 그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입니다.

첨부된 시험성적서에는 순도 항목에 숫자가 두 개 있습니다. Standards: 99.5% Min. → 최소한 이 순도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입니다. Results: 99.99% → 이번에 생산한 냉매를 검사한 결과입니다. 쉽게 말하면 “합격 기준은 99.5% 이상인데, 이번 검사에서는 99.99%가 나왔다”는 뜻입니다. 기준값과 검사 결과는 다릅니다. 냉매를 받을 때는 해당 생산분의 성적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99.9%와 99.999%라... 이정도면 비슷한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말이죠. 순도란, R23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숫자가 높을 수록 R-23 성분이 높은 거겠죠. 나머지는 다른 성분입니다. 99.5%는 나머지가 0.5%, 99.9%는 나머지가 0.1%, 99.999%는 나머지가 0.001%입니다. 99.9%와 99.999%의 나머지 비율은 100배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숫자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나머지가 전부 물이나 공기라는 뜻은 아닙니다. 순도 검사에 어떤 성분이 포함되는지는 시험방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성적서에 순도뿐 아니라 수분, 산도 같은 항목이 따로 있는 것입니다

냉동기에서는 ‘순도’만큼 ‘수분’이 중요하다 엔지니어라면 수분이 사이클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말 안해도 잘 아실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순도 몇 퍼센트인가?”와 “수분은 얼마나 들어 있는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첨부 성적서의 수분 항목은 이렇게 읽으면 됩니다. 허용 기준: 최대 10 ppm 검사 결과: 8.54 ppm ppm은 아주 적은 양을 표시할 때 쓰는 단위입니다. 여기서는 복잡한 환산보다 ‘최대 허용값이 얼마이고, 검사 결과가 그보다 낮은가’를 먼저 보면 됩니다. 공기 같은 비응축가스도 별도 확인 대상입니다. 쉽게 말해, 냉동기가 돌아가는 조건에서 냉매처럼 잘 응축되지 않는 기체입니다. 냉매 품질 규격인 AHRI 700은 이런 항목들을 따로 관리합니다.

순도 99.5%의 R-23번 냉매는 나쁜 냉매일까요? 또는 99.999% 순도를 가진 R-23번 냉매는 온도를 더 잘 내릴까요? 순도가 낮다고 나쁜 냉매인 것도, 높다고 온도를 더 잘 내리는 것도 아닙니다. 냉동용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지가 먼저입니다. 냉동기가 필요로 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냉매’가 아닙니다. 순도가 높아진다고 압축기 용량이 커지거나 열교환기 면적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냉매에는 미량의 수분과 산, 공기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냉동회로에서 서로 다른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순도와 별도로 각각의 함량을 확인합니다. 고순도 냉매를 사용하는 이유는 냉매와 함께 회로에 들어오는 불순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순도를 검사하고 성적서를 확인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엔지니어가 냉매의 품질을 알고, 장비에 필요한 조건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순도는 냉동능력의 등급표가 아니라, 냉매 품질을 판단하는 지표입니다. 좋은 냉매는 냉동기가 제 성능을 내게 하는 조건입니다. 그 조건을 실제 성능으로 만드는 것은 엔지니어의 진단과 작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