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404는 혼합냉매라서 새면 조성이 바뀌니까 일부만 보충하면 안 되고 전량 회수해야 한다.” 반은 맞고 반은 과장입니다. 이 속설이 생긴 이유는 ’혼합냉매’와 ’글라이드가 큰 냉매’를 한 덩어리로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만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 과장되어 있어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404의 "글라이드"는 1정도 수준이기때문에 냉매 누설로 인한 조성의 뒤틀림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자, 그럼 이제 글라이드란 무엇인가? 단일 냉매나 공비(azeotrope) 혼합냉매는 일정 압력에서 증발·응축이 한 온도에서 일어납니다. 비공비(zeotropic) 혼합냉매는 성분마다 끓는점이 달라, 같은 압력에서도 액과 증기의 조성이 다릅니다. 증기에는 저비점(고압) 성분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증발은 기포점(bubble point)에서 시작해 이슬점(dew point)에서 끝나고, 이 두 온도의 차이가 온도 글라이드입니다. 같은 현상이 응축기에서는 반대로 일어납니다. 핵심은 글라이드와 조성 변화(분별, fractionation)가 뿌리가 같다는 점입니다. 둘 다 “액과 증기의 조성이 다르다”에서 나옵니다. 글라이드가 크면 액-증기 조성 차이가 크고, 누설이나 용기에서 증기를 뽑을 때 조성이 틀어지는 정도도 커집니다. 글라이드가 거의 없으면 그 차이도 작습니다.
R404A(R125/R143a/R134a = 44/52/4 wt%)는 엄밀히 공비가 아니라 근공비(near-azeotropic) 혼합냉매입니다. • 제조사 Arkema는 R404A(Forane 404A)를 근공비 혼합냉매로 분류하고 글라이드가 1°C 미만이라고 밝힙니다. 그래서 만액식 증발기에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 Danfoss 자료도 R404A의 글라이드를 “매우 작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적습니다. • 미국 EPA의 R22 대체냉매 자료는 R404A/R507A를 두고 “누설에 의한 분별은 작다(fractionation from leaks small)”고 정리합니다. 여기서 속설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R404A는 “새면 조성이 바뀐다”기보다 “이론상 아주 조금 바뀔 수 있지만, 현장에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실무에서 R404A를 보충(top-off)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대체로 “된다”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걸 이야기해 볼께요. 404의 조성이 틀어지네 마네 엄청난 논쟁이 이루어지는데, 정작 22를 대체하는 냉매의 글라이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습니다. 오히려 얘네들이 글리이드 폭이 큽니다. R-438과 R-422D는 3~6K정도이니까요. 따라서 누설로 인해 조성이 바뀔까라는 걱정은 404보다 438 또는 422, 즉 22 대체냉매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해야 합니다. NRI 자료에 따르면 그럼에도 냉동기의 가동 중 순환되는 냉매에서의 누설은 조성을 바꾸지 않는다. 다만 비가동 중인 냉동기에서의 누설은 냉매의 조성을 바꿀만큼 위험하다라고 한다.

마무리 해보면, 404 냉매의 누설 시 냉매를 모두 빼고 다시 넣어야 시운전이 완료된다 라고 좀 그만 말하자. 걱정할 대상은 404가 아니다. 중요한 건, 글라이드라는 단어에 익숙해져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정리해보면, 혼합냉매이고, 단일냉매처럼 상변화시 온도가 일정한 냉매 = 공비 혼합냉매이고, 글라이드가 낮은 냉매 = 근공비(공비랑 거의 비슷하다) 혼합냉매이고, 글라이드가 높은 냉매 = 비공비 이렇게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자.
